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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화 - 흔들리는 균형시(詩)/시(詩) 2020. 1. 19. 10:08
물지게를 기억하시는지
아무리 가득 담아도 출렁출렁 흘리던 걸음
균형 하나가 제대로 잡히기까지
온전한 물통 속의 물은 손실이 크다
그래서 더욱 가득 담아졌던 물
미리 흘릴 균형까지 고려하고 담았었다
담긴 양이 제각각 달라도
물통에 남아있던 물은 늘 같은 양이었던가
균형은 어깨와 발걸음의
출렁거림이 아니라
물통의 그 수위에 있었다는 것
그러니까, 그때
나의 균형은 다 흘러넘쳤다
빈 것들의 속내일수록 휘청거리기 쉽다
더 이상 흘려버릴 균형추가 없는
나이가 될수록 균형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
가령, 팔이 자꾸 안으로 굽는 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다툼 사이에서
균형은 또 그때처럼 흘러넘친다
봄, 바람이 출렁거리며 넘친 벚나무는 이미 바닥이 났고평행을 유지하던 몸,
출렁거리던 옛 기억들도 감흥이 없다
그때, 오래도록 물이 다 새어나간
어깨가 살처럼 아프다
(그림 : 장명자 화백)
Michele McLaughlin - Finding Bal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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