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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합니다
오늘도 살아 있어서 죄를 짓습니다
그저 내 눈엔 당신이
첫눈쯤으로 보였다가
팔랑거리는 연분홍 나비로 보였을 뿐입니다
손아귀에 넣고 쥐어짜면 푸른 물이 뚝뚝 흘러내릴 것
같은 축축한 안개 말라갈 즈음
초라한 마음의 정원에 깃들어 주었네요 감사하게도
마주친 순간,
당신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팔랑거렸어요
뜨거운 마음은 잠시 사양할래요
어둡지 않은 그늘과 바람의 적선만이 필요할 뿐
언젠가 당신 이마 위에 꽃다지빛
등불 하나 켜지면 그때는 저인 줄 아세요
마음대로 출렁거려도 강물의 노래가 되는
당신의 너른 품에 돌다리 몇 개 놓고 폴짝거리면
달보다 별보다 가까운 첫눈으로 내린 줄
기억이나 해주실 거죠(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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