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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규수 섬으로 시집오던 날
배 타고 사흘 길이었는데요
귀 막고 입 다문 시집살이 할 적에
거제도 사투리를 연필로 써 가며 익혔다는데요
책장 넘기며 보았던 모진 가난뿐
예단으로 가져온 재봉틀 밤낮 돌렸다는데요
어르신 결혼 기념으로 마당가에 수양 버드나무
한 그루 심었다는데요
자라는 자식들 보며 모질게 살았다는데요
눈코 뜰 새 없이 재봉틀 돌리다 문득
그리워지는 어머니
수양 버드나무 가지 흔들며 한참씩 울었다는데요
엄마 세상 뜨자 소문났던 수양 버드나무
추우나 더우나 가지 늘어뜨리고
고향 찾아 엄마 뵙듯 안아 보면 눈곱 낀 얼굴
날 알아보지 못하는데요 설레설레 고개 흔들며
날 알아보지 못하는데요(그림 : 김경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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