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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석 - 귀가(歸家)시(詩)/시(詩) 2019. 12. 12. 16:08
날 추워지니
쓸쓸한 짐승이 자꾸 기어 나온다
음식 쓰레기 버리러 가면
검은 길고양이 얼어붙은 채 서 있고
나는 겨울이 싫은 거다
오직 생계만 남은 생계가 두려운 게다
그래도 가끔 밥 한술 나눌 친구들이 있어
외투도 없이 술 취한 거리에서
막차를 기다리며 서 있는 거다
시간은 얼음벽을 지나가고
하필이면 누추한 계절에 실직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막막하게 눈물이 솟는 게다
차창 밖으로 눈발 쏟아지는 꿈을 꾸다
문득 깨어보면 버스는 어느새 종점에 와 있고
나는 길고양이들이 서럽게 우는 것이 무서워
빈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발소리를 죽이는 거다
어디 빈 우체통 속에라도 들어가 오는 소식들을 듣고 싶은 게다
삭풍처럼 야위는 시간에 빈 잎사귀라도 달고 싶은 것이다
(그림 : 송금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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