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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기 - 그리움도 물질이다시(詩)/시(詩) 2019. 11. 30. 09:57
그리움도 물질이다
눈, 비가 오면
눈, 비도 그리움과 몸을 섞는다
사람 몸에 그리움이 묻으면
곧바로 피부가 타들어간다
가슴이 타들어가고 몸이 타들어가고
뇌가 타들어가고
마음과 생각이 타기 시작한다
그리움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화학 물질이다
바닥에 있던 그리움은
물기 많은 가을 낙엽에 실려
비를 타고 날아오른다
그리움이 묻으면 씻어낼 수가 없다
그리움이 묻으면
우리는 그저 술 마시며 아파하며 울다가
그리움이 다른 곳으로 가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몸에 묻은 그리움은
사람의 깊은 기억 속에 잠복한다
눈, 비 오는 날이면
그리움은 추억의 밧줄을 붙잡고 슬슬 기어오른다
(그림 : 장용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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