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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를 못 건넌 갈대가
바람에 업혀가고 싶은 12월
모서리 닳은 발 시려운 돌이
맨몸으로 주저앉은 물속에서
바람에게도 등을 내밀며 엎드려있다
물길에 끊어진 오솔길을 이어주고
세찬 물살을 버티어내는 일에
오가는 발자국마다 흔적을 새긴다
누가 쏟아놓은 상처인가
떠나는 물은 다시 오지 않는다
물을 넘어 건너뛰는 시간들
돌다리 사이 여울목에
멈추지 않는 푸른 노래여
비바람이 건너가지 않는다면
등 구부려 앉은 이마위로
겨우내 기다렸던 죽은 갈대가
시린 물을 건너 피안에 갔다(그림 : 이재근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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