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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마다 모란이 핀다는
성남 모란장에 갔지요
영랑의 아름다운 눈물을 부러워하며
붉은 모란
그 꽃 지고나면 봄날이 간다기에
서울에서 사십 고개를 넘고
몇 해 더 기다려
겨우 모란역에 도착했지요
꽃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모란장에
장돌뱅이 풍각쟁이마저 사라지고
볼거리 먹거리, 사람꽃만 지천으로 피어
오리 흑염소 개 가물치 잉어 팔딱팔딱 뛰는
목숨값을 자꾸 깎아대는데
흥정하고픈 모란만 없었어요
이미 봄이 피었다 진 줄도 모르고
뒤늦게 찾아간 모란장에서
하냥 섭섭해 울고 싶은 날
좌판에 장을 벌인 노파가 웃음을 덤으로 얹어
빈 걸음을 잡아채었죠(그림 : 김의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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