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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란 - 응달의 눈시(詩)/시(詩) 2019. 10. 23. 15:17
반쯤의 잘못이 서로에게 있다면
차라리 인사하고 가자
그것도 안 되면
온종일
그 집 앞을 왔다 갔다 해보자
서둘러 나간 입술엔 온기가 남아 있지 않아
바람에게서 털옷을 떼어내려면
마른 가지에 앉았던 새의 발가락을 더듬어보자
새를 떠나보낸 검은 숲의 적막을 기억해보자
질척이는 골목으로 접어드는데
집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응달의 눈을 바라보는 사람은
반쯤의 잘못으로 헤어진 사람
가벼운 것들이 쌓이면
얼마나 깊어지는지 아는 사람
무얼 보내줄 수 없어
가야 할 곳도 지우고 이곳에 남으려 하는지
(그림 : 한희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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