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학 - 7번 국도변시(詩)/시(詩) 2019. 10. 13. 12:30
검정 모자를 눌러쓴 눈 나쁜 아비와
늦둥이 딸아이가 캥거루가 되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왼손을 내밀어 코스모스를 훑는 딸아이와
홀아비 냄새를 뒤로 피우는 아비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7번 국도변을 역주행으로 지나간다
영재유치원 가방이 핸들에 걸려 지나간다
체인 집 긁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지나간다
신문지에 말아 싼 제수용 북어포가
짐칸 고무 바에 묶여 지나간다
창문을 연 시외버스가
커튼을 쳐 매고 지나간다
아비의 가발과 모자가 날아간다
아비는 자전거를 멈추고
받침대를 세워 올린다
허옇게 드러난 아비의 대머리
놀란 딸아이가 몸을 틀어
허둥대는 아비를 바라본다
속내를 다 드러낸 코스모스가
끊임없이 피어 있는 7번 국도변
가발을 씌워주는 딸아이와
부끄러운 아비가 마냥 웃고 있는 7번 국도변
(그림 : 한영수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성학 - 감성돔을 찾아서 (0) 2019.10.13 홍경나 - 시르렁둥당 서부렁섭적 (0) 2019.10.13 함순례 - 추석 무렵 (0) 2019.10.12 함순례 - 눈부신 봄날 (0) 2019.10.12 함순례 - 빗속 문답 (0) 2019.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