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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규 - 낯선 간이역시(詩)/김광규 2019. 10. 10. 17:28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간이역마다 서며가며
세 시간쯤 달려왔다
경지 정리가 안 된 먼 시골
논밭을 지나
난간 없는 다리를 건너
도룡뇽이 많이 산다는
산자락을 빙 돌아서
터널을 통과하니 저 아래
눈 덮인 계곡 한가운데
초라한 교회 종탑이 서 있는 마을
낯선 간이역에 도착했다
승하차 여행객도 별로 없고
멀리 산중턱에
조그만 암자가 보이는 곳
여기는 아무도 모를 것 같아
반세기를 이어온 인연 모두 끊어버리고
홀로 여생을 보내고 싶어지는 곳
여기서 내릴까
내려서 주저앉아 버릴까
망설이는 사이에 호각소리 울리고
기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츰 멀어지는 그곳
몇 번이고 되돌아보면서 나는
또다시 기회를 잃어버렸다
(그림 : 김태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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