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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수 - 석양리(石陽里)시(詩)/최갑수 2019. 9. 15. 11:21
비빌 데 없는
내 젊은 날의 구름들을 불러다
왁자지껄 모래밭에 앉히고
하늘 한켠에서
일박이일(一泊二日)로 민박하는 초저녁달에게
근대화슈퍼 가는귀먹은 할머니한테 가서
진로소주 몇 병 받아오게 하고
깍두기도 한 종지 얻어오게 하고
그런 날 저녁
외롭고 가난한 나의 어느 날 저녁
남해 한 귀퉁이 섬마을에서
바람이 나를 데리러 왔다가는
해당화가 피었대,
엽서만 전해 주고 그냥 돌아간 후
마을회관 옥상에 놓인 풍향계는
격렬하게 어스름 쪽을 가리키고
어디까지 왔나,
밤하늘은 금세
온갖 외로움들로 글썽거리고(그림 : 전봉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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