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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수 - 창가의 버드나무시(詩)/최갑수 2017. 12. 12. 20:38
세월은 또 내게
어떤 모양의 달을 보여주려나,
누군가 먹다 남은 달
차마 하지 못한 말
눈 내리는 창가에 앉아 그 여자
화투패를 뜹니다
공산(空山)에 명월(明月)이라
기다리지 않아도 님이 온다.
식어버린 톱밥 난로 옆
그믐처럼 눈을 내리깔고서
그 여자, 좋았던 시절을
생각합니다 호오호오 입김을 불어가며
유리창 위 뜻 모를 글자를 새깁니다
나도 한때는 연분홍 시절이 있었지 하지만
지는 꽃을 막을 수야 있나,
바람이 불고 또 바람이 불고
겨울이 깊어도 그 여자의 등뒤는
닳고 닳은 봄
색이 바랜 꽃무늬 벽지
창 밖에는 눈이 내리고
낡은 탁자 위
그 여자가 놓아둔 공산에는
어느새 눈물이 한 점 보름달처럼
환하게 떠올라 있습니다
(그림 : 안창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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