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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수옥 - 우리들의 천국시(詩)/시(詩) 2019. 9. 7. 10:06
그 성엔 해가 지지 않는다
문지기도 없는 성문이 스르르 열린다
비싼 입장료도 받지 않고
지위 고하 신분 확인 절차도 없다
이곳에 오면 누구나 평등하다
잔치에 초대받은 우리들
말 한 마디에 푸짐한 메뉴가 식탁으로 달려와
허기를 지운다
주문만 하면 포장도 가능하다
주방에서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성주는 성 입구에서 칼을 들고 설쳐도
성이 차지 않은 듯 졸린 눈 비벼가며
문을 닫지 않는다
거리마다 성문 활짝 열어놓고 기다리는 여자들
앞치마 주머니 보름달처럼 부풀어 오르면
아침 해가 성큼성큼 성(城)안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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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변응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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