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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길들은
바둑판 줄처럼 구획져 뻗고
인간들 마음도 그 길 따라 굳어지고
마침내 이 땅 들의 논들도
모두 가로세로 반듯하게 정리 되어
바람조차 조심히 비켜 간다.
그러나 기계가 들어가지 못하는 산골
하늘물만 받아서 벼를 기르는 천수답
밤에는 별빛을 기르고
개구리 소리만 가득한 골짜기
논배미가 너무 작아
사람의 손으로만 가꾼다.
쟁기와 쇠스랑이 유일한 농기구
구불구불한 논둑의 하늘물받이 논
층층으로 계단이 진 사다리 논
이곳에서만 아직
농부의 음악이 들린다.
사람과 하늘이 단독으로 만난다.
밤마다 큰 별이 내려와 잠드는 곳
하늘의 눈물이 벼를 기른다.(그림 : 김순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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