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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만족이 있느냐? 인생에게 만족이 있느냐?
있다면 나에게도 있으리라.
세상에 만족이 있기는 있지마는 사람의 앞에만 있다.
거리는 사람의 팔 길이와 같고 속력은 사람의 걸음과 비례가 된다.
만족은 잡을래야 잡을 수도 없고 버릴래야 버릴 수도 없다.
만족을 얻고 보면 얻은 것은 불만족이요, 만족은 의연히 앞에 있다.
만족은 우자(愚者)나 성자(聖者)의 주관적 소유가 아니면 약자의 기대뿐이다.
만족은 언제든지 인생과 수적평행(竪的平行)이다.
나는 차라리 발꿈치를 돌려서 만족의 묵은 자취를 밟을까 하노라.
아아! 나는 만족을 얻었노라.
아지랑이 같은 꿈과 금실 같은 환상이 님계신 꽃동산에 들를 때에
아아! 나는 만족을 얻었노라.(그림 : 박항율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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