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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자 - 해바라기시(詩)/시(詩) 2019. 5. 24. 19:26
기차로 우크라이나 벌판을 달릴 때
해와 해바라기 사이
안토니오와 지오반나가 서 있는 듯 했다
사랑은 어디서나 글썽거린다
키가 자라는데 나는 서툴고
해바라기는
구름에 닿을 거라는
이유 하나와
금으로 된 꽃잎만으로
해 질 녘까지 웃을 수 있다
그 커다란 입을 막을 수 없다
꽃인데 드문드문 있는 뼈가 더 잘 자라는 성장 방식
불안이 없는 것처럼
노랑과 거짓이 섞인 말을 하며 꽃이 웃었다
녹슨 난간 안에서
해바라기는 지오반나보다 더 오래 흔들렸다
기차가 커브를 돌 때마다
서걱서걱
해바라기가 슬픔이 되는 소리를 냈다(그림 : 이완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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