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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서 - 신탄역에서시(詩)/시(詩) 2019. 5. 22. 08:51
톱밥 같은 눈이 내리는 새벽
목각 인형처럼 대합실에 앉아 있는 노인은
꾸벅꾸벅 새처럼 졸다, 기적 소리에 눈을 뜨네
그의 눈은 파란 하늘처럼 맑았으나
구름 떼가 울음을 몰고 오네
눈물이 언 땅을 녹이고
세상도 봄처럼 팔 벌려 꽃밭이 되네
원산행 기차에 몸을 실은 노인은 눈을 감고
철로의 울림에 낮게 귀를 내려 자장자장 달리네
고향의 풀, 나무, 돌, 산을 지나
새소리 우렁찬 개울가에 닿네
피라미를 잡다 무럭무럭 올라오는 밥 익는 연기에
고무신보다 먼저 집으로 달려가네
잘 익은 김치가 입안에서 아삭 아삭 꼬리짓하네
배부른 소년은 아궁이 앞에서 입 벌리고
고양이털처럼 잠드네
주먹밥처럼 폭설이 내리는 폐역에서
꽁꽁 언 저수지처럼 텅 빈 대합실에서
노인이 말 떼를 몰고 북으로
북으로 달려가네
기차가 다시 말처럼 달리네
신탄리역(新炭里驛) :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고대산길4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169-2)
경원선의 남한측 최북단 종착역으로 대광리역 다음에 위치한다. 1913년 7월 10일 영업을 시작하였다.
예전부터 이 마을은 고대산의 풍부한 임산자원을 숯으로 가공하여 생계를 유지했으며, '새숯막'이라 불렸다.
'여지도서'에도 “新炭”이라 적혀 있으며, 철도가 부설된 뒤로는 숯가공이 더욱 번창했다 한다.
또, ‘새숯막’이라는 지명이 대광리와 철원 사이에 주막거리가 새로 생겼다 하여 '새술막(新酒幕)'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한자로 지명을 옮기는 과정에서 '술' 을 ‘숯(炭)'자로 잘못 표기하였다는 설도 있다.
1945년 8 · 15 광복과 동시에 북한에 귀속되었다가 1951년 수복되었다. 1971년 철도중단점 표지판을 설치하였다.
통근열차가 운행되며 여객, 승차권 발매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인근에 고대산이 있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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