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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근 - 수유리에서시(詩)/시(詩) 2019. 4. 30. 23:06
흔한 바람으로서는 흔들릴 수 없어
숱한 발길질의 농간에도
함구한 가슴 그저 톡톡 채이는
돌멩이로는 구를 수 없어
흙먼지에 버려진 거리의 끝,
쫓기는 주먹 하나로
수유리를 찾았네.
쓰러진 우리들 묘비 곁에서
잠시 뒤를 돌아보면. 하늘은
갈가마귀들로 더욱 낮아지고
차라리 우는 몸
스스로 다치듯 넘어뜨리고
아, 눈물보다 깊어 가는 두려움이여
두려워 자꾸만 흔들리며
마음보다 먼저 쓰러지는 수유리여
돌아서서
더듬는 얼굴 겹겹이
혼자서 보듬은 가슴들 깊이
굶주린 듯 내려앉는 어두움
그 어두움 속에 질긴 바람 따라
부서진 싸움터 가지마다 울며
골짜기를 나는 새들 따라, 수유리는
감추었던 손 내밀고 있었네
(그림 : 이경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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