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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깨어 다시 잠들지 못할 때
갈 데 없는 혼잣말처럼 영월은 몸이 추웠다
생각해보면 그 언젠가도 동강을 따라
가파른 기슭의 성한 곳 없는 곡조를 긁어며
기차가 지나갔던 것인데
강 건너 철궤를 따라 멀어지는 이별이
오늘도 다르지 않았다
남몰래 들어와 혼자 읽어보는 영월은
수많은 모퉁이를 휘돌아나가기에 바쁜 물굽이여서
언제나 잠깐의 뒷모습뿐이었다
설령 떠나간 기차를 앞질러가 뒤돌아본다 해도
다가오는 이별의 순간은
객차에 실린 운명의 얼굴은
언제나 산모퉁이에 가려져 있었다
누구나 영월에 갈 수는 있어도
아무도 모퉁이 없는 영월은 가질 수는 없었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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