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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효근 - 무심풍경시(詩)/복효근 2019. 1. 9. 17:00
겨울 감나무 가지가지에
참새가 떼로 몰려와
한 마리 한 마리가 잎이 되었네요
참, 새, 잎이네요
잎도 없이 서 있는 감나무가 안쓰러워
새들은 이 가지 저 가지 옮겨 앉으며
작은 발의 온기를 건네주기도 하면서
어느 먼 데 소식을 들려주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나무야 참새가 그러든지 말든지 하는 것 같아도
안 자고 다 듣고 있다는 듯
가끔씩 잔가지를 끄덕여주기도 합니다
나무가 그러든지 말든지
참새는 참 열심히도 떠들어 댑니다
모른 체 하고 그 아래 고양이도 그냥 지나갑니다
나무는 나무대로 참새는 참새대로
모두 다 무심한 한통속입니다
최선을 다하여 제 길 갑니다
연말인데 벌써 몇 개월 전화 한 통 없는 친구에게
한 바탕 욕이나 해줄까 했다가 잊어버리고
저것들의 수작을 지켜보며
이 한나절에 낙관 꾹 눌러
표구나 해뒀으면 싶었습니다(그림 : 장미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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