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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남준 - 몽유 별빛
    시(詩)/박남준 2018. 10. 14. 19:34


    별을 보며 길을 묻던 날이 있었다

    밤짝이는 것을 생각한다 어린 날에 달음질로 두근거리다
    가까이 가면 이내 빛을 거두고 말던 사금파리나 유리조각
    깨어지고 부서진 것들이 반짝일 수 있다니 별처럼

    무지개를 좇아 얼마나 숨차게 안타까웠던가 살아있다는
    일이 다가가면 갈수록 그만큼의 거리로 아른거리며 달아난다는
    신기루 같다 툇마루에 나앉은 햇살이 어느새 마당으로
    내려선다 제 속에 지닌 수분을 남김없이 토해내기까지 형벌
    처럼 매달린 빨래들이 좀처럼 평행이 되지 않는 외줄을 타며
    가는 햇살에 몸을 뒤척인다

    이를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듯 삶의 구비구비에 이미 묻어
    두었으나 아련한 것들이 몽유로 서성인다 그때마다 침엽의
    숲속이 마른 바람에 젖어 잠겨간다 문득 풍경 소리 마당을
    가르는 개울물 소리

    날개 없는 것들이 비누 방울처럼 허공을 달고 반짝인다
    모든 것이 반짝이다니 쓰러진 것들이 구천 저자 거리를 떠돈다
    떠도는 것들이 저물 녘마다 제 이름을 부르며 별빛을 보고
    길을 묻던 옛날을 더듬는다

    (그림 : 안기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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