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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관 - 강마을을 지나다시(詩)/이준관 2018. 9. 22. 09:49
길은 강으로 뻗어 있다.
파밭에서 일하는 여자에게
아름다운 날이군요, 하고 인사를 건넨다.
수줍게 인사를 받는 그녀의 목덜미에서
파빛 강이 흔들린다.
보리 이삭이 패기 시작하면서, 태양은
올해 첫 수확의 기쁨을 기다리고,
파꽃은, 얼굴에 총총히 강이 박혀 핀다.
이 동리에 무슨 즐거운 혼사라도 있었던가.
오동꽃이 만발하다. 나는 허리를 굽혀
오동꽃을 줍는다.
개가 짖는다.
누가, 문을 열고 마루로 나오며
누구세요, 하고 묻는다.
달밤이면 마루 끝까지 강물이 밀려오고,
그때도 누구세요, 누구세요, 하고 끝없이 묻겠지.
저, 사람이 그리운 목소리......
바람이 불면 우는 갈대 지붕.
오늘은, 새들이 꼬리깃털의 거친 바람을 손질하며
강을 거슬러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아름다운 목청을 다듬고 있다.(그림 : 정인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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