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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심훈 - 늦가을 지나거든시(詩)/시(詩) 2018. 9. 19. 12:48
늦가을 하오 광천역을 지나거든
마음에 묻어 둔 서랍 있더라도
서둘러 들춰 정리하지 말아요
잊은 듯 삭아야 젓갈이잖아요
신진건널목 기차길옆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손 까불며 다가와도
잊은 모습인 듯 아는 척 말아요
코스모스 꽃그늘에 누군가 있어도
모르는 듯 삭아야 젓갈이잖아요
그대에게 보내지 못한 서툰 낙서
백로 파싹으로 돋아나는 그리움도
헤집지 말고 그냥 덮고 가세요
어둡고 음습한 기억의 토굴 속
잘 절여 기다려야 젓갈이잖아요
미안해요 그런 말도 하지 마세요
일 없이 주고받는 말이란 것도
간기가 배어들어야 때깔이 좋고
시절 맞게 삭아야 젓갈이잖아요.
(그림 : 송태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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