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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 나비의 여행시(詩)/이기철 2018. 8. 30. 23:21
여린 생이 여린 생을 끌고 간다
생에 한 번뿐일 저 채색의 눈물겨운 외출
영원의 모습은 저런 것일까
슬픔의 목록 위에 생을 얹어놓고 가는
돌아서면 길 잃고 말 저 슬픈 여행
꽃술의 달콤함을 알았다면
너도 필생을 다한 것이다
몇 올 그물 무늬와 부챗살의 날개로
작은 색실 풀어 허공을 물들이며
해당 분매 망초의 키를 넘어 나비는 난다
저 아지랑이 같은 비상에도
우화는 분명 아픔이었을 것이다
잠들지 말아라, 생이 길지 않다
그 날개 아래, 꽃그늘 아래
들판의 유순함은 너로 인함이다
너에게 바치기 위해 나는 지순이란 말을 아껴왔다
햇살과 물방울과 나비와
가벼움으로 이루는 저기 고결한 생
바라보기에도 눈부신
슬프고 고요한 나비의 여행
(그림 : 김기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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