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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광규 - 서울역
    시(詩)/공광규 2018. 5. 30. 16:33

     

     

     

    서울역 4번 플랫홈에서 부산행 고속열차를 기다리다가 발견한
    화강암에 새긴 서울발 이정표 조각물
    서울역에서 출발하면 닿을 수 있는 거리가 음각되어 있다
    내가 오늘 가려는 부산까지 441 킬로미터
    목포까지 414 킬로미터
    강릉까지 374 킬로미터
    그런데 평양까지는 겨우 260 킬로미터로 표시되어 있다
    인천까지는 38킬로미터인데
    내가 살고 있는 일산에서 개성까지는 더 가까울 것이다
    부산보다 조금 더 먼 신의주가 496 킬로미터
    나진은 부산 가는 거리보다 두 배 더 먼 943 킬로미터이다
    그렇더라도 고속열차로 간다면 6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이다
    내가 못 가본 저곳들은 얼른 가보고 싶은 곳들이다
    대동강 건너 신의주에서 국경을 넘어 이베리아반도까지
    나진을 거쳐 광활한 시베리아를 지나 북해의 어디쯤에 닿고 싶다
    어느 날 배낭을 꾸려서 떠났다가
    몇날 며칠을 묵으며 깨끗한 술 한 잔 하고 돌아오고 싶은 곳이다

    (그림 : 양종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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