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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엽 - 만조(滿潮)시(詩)/시(詩) 2018. 2. 3. 18:27
사리 바닷물은 선창을 덮고
정박한 배들은
서로를 안심시키며
한 호흡씩 나누어 출렁이고 있다
차가운 저녁 빛은 겹겹이 붉고
늙은 뱃사람들
제그림자를 거두어 간 지 오래
막 물에 잠긴 여처럼
흠뻑 옷이 젖은 한 남자
선창을 돌아나가고 있다
출렁이는 배를 닮은 걸음걸이
바다 위를 오래 걷던 발이
지상에 스미려면
한 잔 술의 온도를 통과해야 한다
그래야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닿을 수 있는 결이 있다
여 : 물속에 잠겨 보이지 않다가 썰물 때 드러나는 바위
(그림 : 강종열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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