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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휘 -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시(詩)/시(詩) 2018. 2. 2. 20:59

     

    난데없이 덜그럭덜그럭 황태처럼 흔들린다 연고도 없이 용대리란 곳이 그립다

    용대리가 물처럼 쏟아지고 꾸덕꾸덕 목구멍이 마른다

    수화기를 든다 우리 용대리 갈까 넌 참 한가하구나

    머리카락을 한 갈래로 묶자 머리통이 이면지처럼 쓸모없어진다

     

    겨울은 두 손으로 자꾸 가슴을 끌어안는 것,

    휴가를 까만 숫자로만 사용하는 언니는 대신 입술이 빨갛지

    이 말을 저쪽에 저 말을 이쪽에 전하다가 그만 입이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여행이란 말을 쌓아 올려본다 

    기차처럼 칸칸이 비행기처럼 높이 높이 여행이란 글자에는 동그라미가 두 개,

    두 눈 속에는 눈 덮인 대관령이 하얗게 자작나무 요정들이 새하얗게 있지

    언니들은 이미 발목 부츠를 벗고 누워 누군가와 또다시 뚜, 뚜, 뚜,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나간 여름 위로 눈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쌓인다

    달력이 순서대로 넘겨지듯 올해가 넘어간다

    끝내주게 끝장내버리게 딱히 죽어도 여한은 없게 일몰처럼 빨갛게 일몰에 걸친 구름처럼 뭉게뭉게

     

    용대리는 사무실이고 뒤통수고 일요일이고 몽상이고 삼거리지

    꼭 용대리만은 아니지 그냥 황태해장국처럼 퍼마시고 싶은 용대리

    나는 혼자 코웃음을 쳐본다 쓸쓸하지 않은 척,

    (그림 : 윤석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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