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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구 - 어데로 갈래시(詩)/시(詩) 2018. 2. 2. 14:54
산길 지나칠 때면 생각나는 말 있었다
"앞산 갈래, 뒷산 갈래 어데로 갈래"
앞산은 가파르고 험해서
애장 없어 꽃이 덜 붉고
뒷산은 펑퍼짐하고 정겨워
애장 많아 붉게 살진 꽃
애장 터엔 진홍의 꽃무리
사람 숨고도 남을 꽃 숲 이루고
문둥이 숨었다가 간 빼 먹는다는
두려움에 떠는 조무래기들
때마침 동네 새끼머슴들
문둥이 흉내 잘 낼 때면
절규의 혼줄이 부풀었다.
문둥이 있건 없건
잽싸게 꺾어서 도망쳐야만 했던
뒷산 진달래 문둥이 고름 묻었다고
아무도 먹지 않으려 했다
뒷산 진달래 늘 앞산 진달래로 둔갑했던
그래서 전도 부치고 술도 담그던 그 추억
봄이면 지천으로 피는 그 꽃 볼 때마다
지금도 생각나는 말.
'어데로 갈래"
(그림 : 한천자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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