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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지 - 갈대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시(詩)/시(詩) 2017. 12. 16. 14:11
바람에 허리 휘어 바람 끝에 섰을지라도
제 의지로 서있는 것들은 저리도 아름답다
갈대는 바람을 꺾지 않는다
누군가의 옷자락에 쓸리며 꺾인
변두리의 슬픔에 내 길이 닿았을 때
겨울 갈대는 꽃으로 서있는 게 아니었다
먼지 속에서도 빛을 만나면 제 빛을 녹여
겨울 갈대의 뿌리에 연둣빛 반란의 무리를 전하곤 하는
차디찬 눈구렁에 섰을지라도
갈대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그림 : 김상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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