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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문규 - 옛주막에서시(詩)/양문규 2017. 12. 12. 13:05
산등성이 휘감아 골짜기를 굽이돌아,풍양 삼강 둑방 아래 옛주막집,
거동이 불편한 팔십 넘은 노파 홀로 살고 있다.
강과 집 사이 벽이 높아 강은 보이지 않는다.
강을 따라 4차선으로 뚫린 낯선 풍경으로
쌩쌩 달리는 시간 속에 정지된 옛주막.
술동이에 고인 빗물을 바가지로 퍼서 가지밭에 흩뿌린다.
무논에서는 개구리들이 울고,
길을 묻는 떠돌이에게 술대신 물을 권하며
간간이 옛날을 떠올린다.
잊어야 할 것들은 하나씩 잊어야 산다.
탁주 한잔에 시름을 덜었던 가난한 세월을 밟고 살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북적이던 사람들 대신 , 평상에는 벼랑 끝 늙은 회화나무 그늘만 가득하다.
물과 물이 엉기며 흘러들어 바닥의 중심을 이루었던 옛나루터,
회화나무는 길 속으로 사라지는 오래된 풍경을
제 살붙이처럼 내려다보고있다.
풍양 삼강 : 경상북도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 옛주막은 삼강주막으로 사료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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