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제영 - 사는 게 지랄 맞을 때면 풍물시장에 간다시(詩)/박제영 2017. 8. 22. 23:43
풍물시장에 가면
이놈은 녹슨 쇠 같고 저년은 낡은 징 같고
이놈은 해진 북 같고 저년은 휜 장구 같고
하여튼 고물 같은 연놈들이
초저녁부터 거나해서는
쇠 치고 징 치고 얼씨구 절씨구
북 치고 장구 치고 지화자 좋을씨구
신명 나게 풍물을 치는 거라
박 형도 한 잔 받어
사는 게 뭐 있남
쇠 치고 한 잔 징 치고 한 잔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왕년에는 말이야 왕년에는 말이야
왕이었던 시절 안주로 씹다 보면
쇠가 되었다가 징이 되었다가
암깽 수깽 얽고 섥고
북이 되었다가 장구가 되었다가
묶고 풀고 으르고 달래고
왕이나 거지나 밥 먹고 똥 싸고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을씨고
그랴 사는 게 뭐 있남
사는 게 참 지랄 맞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풍물시장에 간다(그림 : 조경덕 화백)
'시(詩) > 박제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박제영 - 선인장 (0) 2020.06.12 박제영 - 상강(霜降) (0) 2017.11.24 박제영 - 그런 저녁 (0) 2017.07.28 박제영 - 사는 게 참, 참말로 꽃 같아야 (0) 2017.06.28 박제영 - 욕봤다 (0) 2017.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