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삐죽이 머리를 내민 연둣빛 새싹에게는
말 못할 그리움이 있었던 거야
그렇지 않다면 씨앗을 누르고 있던 저 돌 틈을
어떻게 비집고 나왔겠어
떡잎 손가락의 상처를 좀 봐
세상은 본래 이렇게 거친 곳이라고 여기겠지
그러면서 바람이 묻어둔 비밀 조금씩 알아가겠지
코를 킁킁대며 검은 흙 냄새를 맡겠지
돌 틈 헤집고 나오느라 시퍼렇게 멍든 이마
새싹에게는 그 그리움이 희망이며 노래였던 거야
악착같이 꽃 피운 그 설움의 힘이
어느 순간 씨앗 움켜쥔 손을 탁! 펴겠지
비밀한 시간이 하늘로 솟구쳤다가
거친 세상도 지치도록 초록꿈 꿀 수 있게 말이야
(그림 : 송종선 화백)
'시(詩) > 배한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한봉 - 희망을 위하여 (0) 2019.10.05 배한봉 - 초승달 (0) 2019.10.05 배한봉 - 자연 도서관 (0) 2017.08.06 배한봉 - 포장마차 국수집 주인의 셈법 (0) 2017.03.20 배한봉 - 장마 (0) 2016.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