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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나무를 때리며 운다.
하염없이, 마구, 밤새도록 시퍼렇게 멍들도록 나무를 때리며
운다.
내가 내 울음의 입구와 출구를 모르듯
비가 왜 저렇게 우는지, 언제 그칠지 나는 모른다.
나무는 마냥 울음의 주먹을 다 받아주고 있다.
실은 나무도 까닭 없이 울고 싶을 때가 있다는 몸짓 같다.
밤새도록 멍든 어깨나 등이
아침 되면 검푸른 나뭇잎으로 펄럭이는 것이 그 증거다.
비가 하염없이, 마구, 밤새도록
나무를 때리며 운다.
이렇게라도 주먹질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시대의 눈물을,
나무는 온몸으로 다 받아주고 있다.
(그림 : 전성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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