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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 아버지의 런닝구시(詩)/안도현 2017. 7. 22. 19:20
황달 걸린 것처럼 누런 런닝구
대야에 양잿물 넣고 연탄불로 푹푹 삶던 런닝구
빨랫줄에 널려서는 펄럭이는 소리도 나지 않던 런닝구
백기(白旗) 들고 항복하는 자세로 걸려 있던 런닝구
어린 막내아들이 입으면 그 끝이 무릎에 닿던 런닝구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게를 많이 져서 등판부터 구멍이 숭숭 나 있던 런닝구
너덜너덜 살이 헤지면 쓸쓸해져서 걸레로 질컥거리던 런닝구
얼굴이 거무스름하게 변해서 방다닥에 축 늘어져 눕던 런닝구
마흔일곱 살까지 입은 뒤에 다시는 입지 않는 런닝구
(그림 : 강연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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