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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 왜 그걸 못보았을까시(詩)/강은교 2017. 5. 20. 10:45
왜 그숲에 서서
등 뒤에 핀 벚꽃을 못보았을까,
등 뒤에서 몸을 뒤집고 있는
백양나무 입을 못보았을까,
백양나무 푸른 등 위에서
마악 몸을 뒤채는 빗방울의 동그란 입술
한 빗방울이 옆 빗방울에게 사색이 되어 소리친다,
밀치지 마, 떨어질 것 같아,
왜 그걸 못보았을까
그 터널을 나가다 보면
길들이 서로 껴안고 있다가
헛발질하며 후다닥 떨어지는 걸
터널 양쪽의 언덕이 글썽글썽 눈물
그걸 주욱 보고 있는 걸
거기 어물거리는, 어물거리기만 하는 얼굴 잔뜩 부푼 구름이라든가
구름에 닿도록 팔들을 쳐들고 서서 손부리가 화들짝 놀랄 때까지 하늘을 잔채질하는 넝쿨들을
동편하늘의 젓가슴을 만지작거리러
오늘도 새들이 일렬종대로 달려가는 것을.
왜 큰 것만 보았었을까.
(그림 : 남택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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