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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이제 사람도 팡개질도 무서워 안 해,
둥지가 자꾸 낮아지더구나.
먹을 게 지천인데 누가 새 잡겄냐?
허수아비 대신 마네킹을 세놔도 허사여.
밭두둑에 수건 벗어놨는데 까치가 쪼아대더구나.
어미까치지 싶어 그냥 놔두고 왔다.
낮은 층에 살면 밖에서 들여다본다고 싫어하던데
사람은 사람에게 비춰보며 살아야 해.
들여다보면 좀 어떠냐? 제 집에서 뭔 나쁜 짓을 그리 많이 한다고.
로열층이 어떻고 경치가 어떻고 으스대지만
전망도 한두 번이면 텔레비젼만도 못한 거여.
사람만큼 좋은 전망이 어디 있겄냐?
새는 눈이 없어서 낮은 곳에 둥지를 틀겄냐?
진짜 전망은 둥지에서 내다보는 게 아니고
있는 힘 다해, 날개 쳐 올라가서 보는 거여.
(그림 : 서정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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