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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 아버지의 일기시(詩)/이정록 2016. 12. 31. 15:05
귓바퀴 커지는 한겨울 새벽이다.
어제는 냇가 너설에 가서 바위 두 개를 들어냈다.
보 아래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우렁우렁 아름답다.
젖은 바지에 고드름이 매달려 서걱거린다.
그제는 커다란 워낭을 어미 소에게 달아주었다.
저도 듣기 좋은지 목을 자꾸만 흔들었다.
달포 전 혼자 사시던 기와집할머니가 돌아가시어
오늘은 추녀 밑에 쌓여 있던 오 년 묵은 장작을 옮겨왔다.
타닥타닥, 방고래가 제 뼈마디로 장단을 먹였다.
새벽 시냇물 소리, 워낭 소리, 장작 타는 소리
이것이 호강에 겨운 내 귀의 겨울나기이다.
귓속 우물에 살얼음 잡히는 한겨울 새벽이다.
(그림 : 오수진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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