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안진 - 주름잡으며 살아 왔네시(詩)/유안진 2016. 8. 3. 14:17
누워서 먹고 싸는 젖아기가
어느 날 갑자지 제 몸을 스스로 뒤집었다는
젊은 엄마의 자랑을 듣고 듣다가
제정신이 뒤집혀지는 사랑 끝에 생긴 아기는
그 힘을 물려받아 제 몸을 뒤집는가 하다가
뒤집어 엎어야 놀라운 자랑거리가 되고말고
내게도 그런 꿈이 있긴 있었는데
세상을 통채로 뒤집어 엎고 싶었던
피 끓던 한때가 분명 있었는데
세상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하던가
뒤집어 엎을 그 꿈을 뒤집어 엎느라고
결국은 팽팽하던 얼굴만 뒤집혀지고 말았지
뒤집혀서 주름잡힌 얼굴을 비쳐볼 때 마다
세상은 비록 뒤집어 엎지 못했을 망정
내 인생 하나만은 뒤집어 엎었다고
세상을 주름잡으며 살아오진 못했을망정
내 얼굴 하나만은 주름잡으려 살아왔다네
(그림 : 김대필 화백)
'시(詩) > 유안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안진 - 때로는 한눈팔아도 된다 (0) 2016.09.18 유안진 - 빨래꽃 (0) 2016.08.15 유안진 - 술친구 찾지 마라 (0) 2016.01.10 유안진 -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0) 2015.12.05 유안진 (0) 2014.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