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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안진 -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시(詩)/유안진 2015. 12. 5. 10:32

                                                                                                                                           

    (낭송 : 유안진)

     

    겨울에는 불광동이, 여름에는 냉천동이 생각나듯
    무릉도원은 도화동에 있을 것 같고
    문경에 가면 괜히 기쁜 소식이 기다릴 듯하지
    추풍령은 항시 서릿발과 낙엽의 늦가을일 것만 같아

     

    春川도 그렇지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지
    얼음 풀리는 냇가에 새파란 움미나리 발돋움할 거라
    녹다만 눈 응달 발치에 두고
    마른 억새 깨벗은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피고 있는 진달래꽃을 닮은 누가 있을 거라
    왜 느닷없이 불쑥불쑥 춘천을 가고 싶어지지
    가기만 하면 되는 거라
    가서, 할 일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거라
    그저, 다만 새봄 한 아름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몽롱한 안개 피듯 언제나 춘천 춘천이면서도
    정말, 가본 적은 없지
    엄두가 안 나지, 두렵지, 겁나기도 하지
    봄은 산 너머 남촌 아닌 춘천에서 오지

     

    여름날 산마루의 소낙비는 이슬비로 몸 바꾸고
    단풍든 산허리에 아지랑거리는 봄의 실루엣
    쌓이는 낙엽 밑에는 봄나물 꽃다지 노랑웃음도 쌓이지
    단풍도 꽃이 되지 귀도 눈이 되지
    春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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