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학 - 새들마을 이씨 가로되시(詩)/안상학 2016. 7. 30. 12:53
어느 해던가. 재릿재 너머 정노인, 당근 금이 좋다고 당근 심었지.
알콩달콩 키워서 처자 알종아리 같은 놈들을 그 얼마나 캤던고
웬 걸, 그 놈의 당근 값이 똥값이 되어 차띠기 장삿꾼도 포기하고 말았지.
그런다고 그 걸 내다버릴 양반 아니지, 암만.
곡기 끊고 주야장창, 때마다 당근만 깎아 먹었다지.
그 독한 양반, 겨우내 당근 하나로 버텼으니,
참. 그래도 봄이 오니 다시 삽날 팍팍 꽂는데 웬 힘이 그리 있던지,
눈빛은 또 어떻고, 아마도 이 소문이 나면, 몸에 좋은 거라면 못 먹는 게 없다는 양반들,
그때서야 바리바리 돈 싸들고 당근 찾아 전국을 헤맬지도 모르지.
근데 낭패야. 정노인, 제발 마늘농사만은 짓지 말아야 될 텐데,
아니라도 더운 여름 한 철 마늘만 먹겠다면, 나, 참, 환장할 일 아닌가. 안 그런가
(그림 : 신재흥 화백)
'시(詩) > 안상학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상학 - 호박에게 손을 준다는 것 (0) 2016.09.01 안상학 - 이불을 널며 (0) 2016.08.17 안상학 - 선운사 (0) 2016.06.29 안상학 - 조각보 (0) 2016.06.29 안상학 - 소풍 (0) 201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