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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열 - 타인의 슬픔시(詩)/나호열 2016. 7. 28. 09:44
문득 의자가 제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 의자에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으므로
제 풀에 주저앉았음이 틀림이 없다
견고했던 그 의자는 거듭된 눌림에도
고통의 내색을 보인 적이 없으나
스스로 몸과 마음을 결합했던 못을 뱉어내버린 것이다
이미 구부러지고 끝이 뭉턱해진 생각은 쓸모가 없다
다시 의자는 제 힘으로 일어날 수가 없다
태어날 때도 그랬던 것처럼
타인의 슬픔을 너무 오래 배웠던 탓이다
(그림 : 김은경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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