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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열 - 산다는 것시(詩)/나호열 2016. 3. 15. 17:42
집으로 돌아가는 촌로 부부를 태웠다.
직업이 뭐요? 학교에서 학생들 가르칩니다.
아!, 그거 좋지, 난 배우는 사람이요, 땡감만 열려 매년 골탕 먹이는 감나무한테,
삽질, 쇠스랑질에 돌만 솟아오르는 땅 한테,
제멋대로 비 뿌리고 제멋대로 비 거두어 가는 하늘에......
옆에서 할머니가 거들었다.
소득 없는 일에 저렇게 매달리는 법만 평생 배워야 소용없소,
거두어들일 줄 알아야지.
논둑에 깨가 한창이었다.아, 저 깨들 좀 봐, 정말 잘 영글었네, 내 새끼들 같다니까.
올해 깨 심었는데 내 눈에는 깨 밖에 안 보여, 온통 깨 밖에 없다니까,
말 못하는 저것들도 사람 정성은 알지, 마음 좋게, 편하게 정성을 다하면 보답을 한다니까,
아! 저 영근 깨들 좀 봐요, 저 주인네 참 실한 사람이겠구먼
산소 가는 길, 집도 보이지 않는 산길을두 노인네 다시 터벅터벅 사라져 갔다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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