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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록 - 학생부군신위시(詩)/이정록 2016. 6. 19. 01:20
가축하고 빗대는 건 얼토당토않다만
외양간 송아지가 아비찾든?
열두 마리 돼지 새끼들 가운데
아버지 찾아달라고 식음 전폐한 놈 있든?
아버지라면 꼴도 보기 싫다고, 니가
작대기로 장독 깨부쉈을 때가 열여섯 살 때다.
우리 집 묵은 장맛이 그때 대가 끊겼다.
늦잠 자는 새끼들 군불이나 지펴주고
대처로 나갈 즈음 대문이나 열어주는 거야.
아비는 다 쓸쓸한 거다. 공부 못해서
외국 안 나가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애들 공부 못하는 것도 복이다.
새끼들 우등생이라고 으스대고 살았다만
무녀이 한 놈만 있었어도 어미 혼자 농사짓겄냐?
허수아비도 짝으로 서 있는 판에.
(그림 : 남진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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