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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면 마음 간격들 한층 촘촘해져
김제 봄들 건너는데 몸 건너기가 너무 힘겹다
피기도 전에 봉오리째 져내리는
그 꽃잎 부리러
이 배는 신포 어디쯤에 닿아 헤맨다
저 망해(亡海) 다 쓸고 온 꽃샘바람 거기 부는 듯
몸 속에 곤두서는 봄 밖의 봄바람!
눈앞 해발이 양쪽 날개 펼친 구름 사이로 스미려다
골짜기 비집고 빠져나오는 염소떼와 문득 마주친다
염소도 제 한 몸 한 척 배로 따로 띄우는지
만경(萬傾) 저쪽이 포구라는 듯
새끼 염소 한 마리
지평도 뿌우연 황삿길 타박거리며 간다
마음은 곁가지로 펄럭거리며 덜 핀 꽃나무
둘레에서 멈칫걸자 하지만
남몰래 출렁거리는 상심은 아지랑이 너머
끝내 닿을 수 없는 항구 몇 개는 더 지워야 한다고
닻이 끊긴 배 한 척
(그림 : 김인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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