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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호 - 절벽은 절박하다시(詩)/강연호 2016. 3. 7. 15:11
여기서 길을 버리면 어떡하냐는
내 건짜증만으로도
절벽은 무너질 기세로 콜록거렸다
침묵이란 사실 이런 거 아니냐는 듯
울컥 명치 끝에 걸린 멀미 넘어오지 않고
바람은 마음 속에서만 소용돌이쳤다
저기 위태로운 칡덩굴 하나
목숨 건 곡예 부려 바위를 쪼개는데
아, 진짜 침묵은 말 없어도 바위를 쪼갠다는 걸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얼마나 많은 날들 더 지나야
내 들끓는 욕망은 투신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말 없는 사내 될 거라며
두 주먹 불끈 쥐어보지만
늘 그렇듯이
세월은 지나간 세월만 세월이고
너무 지루하고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고
늘 그렇듯이
지금쯤은 침묵해야 한다고 다짐할 때마다
절벽 앞에 선 기분이고
절벽은 그래서 언제나 절박하다(그림 : 안기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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