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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행복해졌느냐는 안부가 그에게 온다
혓바늘이라도 일 것 같은 저녁의 비애 속으로
뚝뚝 떨어지는 질문의 풍경
행복? 그가 낮게 되뇌여보는 입술의 움직임을
귀청이 따라가다 포기한다
별들이 빛나 보이는 건 멀리 있기 때문일까
멀리서는 그 역시 빛나 보일까
생각은 삼십 촉 알전구보다 길게 그늘을 드리우고
한때는 그에게도 서늘한 추억이었을
연애나 정열 같은 것들이
읽다 놓친 신문의 부고란같이 싸늘하다
기를 쓰고 행복해주고 싶었고
어쩔 수 없이 행복해져야 했지만
그는 안부가 숨겨놓은 행간이 문득 궁금해진다
세월은 늘 너그럽지 않았다고
자책인지 불화인지 뚜렷하지 않은 날숨이 터진다
행복이라는 낱말 근처에는
그의 눈시울이 적시는 무엇인가가 어려 있다
그는 이제 주간지의 현란한 고백처럼 텅 빈다(그림 : 안기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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