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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연호 - 허구한 날 지나간 날
    시(詩)/강연호 2016. 2. 23.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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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오지 않는다 허구한 날 내 마음의 공터에는
    혼자 놀다 심심해진 햇살 곰곰한 생각에 지쳐 그늘 키우고
    기다리는 일 많으면 사람 버리기 십상이라며
    귓바퀴에 잠시 머물던 바람결 총총히 사라진다
    저 햇살 저 바람도 저녁이면 돌아갈 집이 있는가
    고개 갸우뚱하면 침착하게 낙법을 연습하던 나뭇잎 몇 장
    내일 또 오마는 약속처럼 어깨에 얹힌다 삶이란
    이런 거다 건너편 아파트 베란다에 널렸다 걷히면서
    다시 더러워질 결심을 바투여미는 흰 빨래의 반짝임 같은

     

    세월아, 갈기갈기 찢기고 늘어진
    하품에 지쳐 나는 너에게 줄 그리움이 없는데
    너는 손 벌리고 자꾸만 손 벌리고

     

    2
    사진틀 속에 흑백으로 갇힌 날들이 파닥거린다
    더러 지나간 날들이 예쁘게 이마 짚어주지만
    아무리 기억의 초인종을 신나게 눌러도
    그때, 그 들길, 첫 입맞춤
    풀잎 풀잎 풀잎, 서걱서걱 서투르다며 흉보던 날들은
    이제 더 이상 여기에 살지 않는다
    텅 빈 우편함에는 수취인 불명의 먼지 쌓여갈 뿐

     

    내 한 번도 같이 놀자고 한 적 없는
    세월아, 내가 언제 숨바꼭질하자 했니?
    그것도 모자라서 세월아
    왜 나만 술래 되어야 하니?

    (그림 : 박락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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