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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연호 - 작은 배가 있었네
    시(詩)/강연호 2015. 8. 22. 15:18

     


    그대 데불고 간 세월의 강물 따라
    나 흘러가지 못했네


    어쩌면 그리움 어쩌면 외로움 같은 것들이
    사실은 견딜 만한 거 아니냐며 뒷덜미 잡아채는
    붉은 신호등에 걸려 멈춘 그 때부터
    건널목 이쪽에서 신호 바뀌길 기다리는 동안
    서슬 시퍼런 강물 출렁일수록
    얼마나 많은 슬픔이 나를 에워싸는지
    나 일찍이 철없어 헤아리지 못햇네


    그대 이미 물결에 떠밀려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가 만나 나누었던 사랑이나 눈물
    혹은 희미한 추억의 힘만으로도
    능히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 객기 부렸네


    어차피 한 번은 다쳐야 할 상처라며
    그대 데불고 간 세월의 강물
    말라붙도록 움키고 또 움키었지만
    언젠가는 나도 흘러가야 할 물결이라며
    그동안 밥 잘 먹고 건강하려 애썼지만
    아직도 나를 멈춰 세운 붉은 신호등 바뀌지 않고
    건널목 이쪽에서 나 마냥 기다렸네
    기다리다 늙어버렸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나 세상을 구경했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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