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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월 - 빈 소쿠리의 노래시(詩)/서지월 2016. 2. 3. 12:15
너는 지금 내 잠의 어느 변두리에서 쉬고 있는가.
도라지 씀바귀 참비름 취나물 그 목숨들의
수북한 잔치 끝낸 지 오래
젊은 날 어머니 밭둑에서 뛰놀던 바람이여
휘몰아쳐 간 눈발들의 돌아선 뒷모습 앞에
오지 않는 물살을 데불고 석양(夕陽)은
저만치 비켜 平床 위에 앉아 있네.
굳어진 돌처럼 돌의 침묵처럼 뜨락의 채송화며
맨드라미며 봉숭아며 물달개비며
꽃등(燈) 밝힌 채 저물고 있네.
내 잠의 숭숭한 모퉁이에 떠 가는
구름 행렬 훔쳐 볼 뿐
꿈 속에서 보았던 흰 날개죽지의 새 한 마리
그 행방을 찾다가 길을 잃어버렸네.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은 시간의 맥박소리 들으며
나는 홀로 빈집 지키는 아이가 되어 있네.(그림 : 최금년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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