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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사인 - 영동에서
    시(詩)/김사인 2015. 10. 15. 01:08

     

     

    잎 넓은 감나무 가로수길 되도록 천천히 걸어 

    바람과 초가을볕에 흠뻑 젖을 일. 

    읍사무소 뒤켠 그늘 얌전한 아무 식당으로나 

    슬쩍 스밀 것. 

    객방은 정갈하고 

    다만 올갱잇국, 

    햇정구지도 향기로운 올갱잇국을 한그릇 주문하는 것. 

     

    먼저 내온 버섯무침을 맛보며 

    올갱이 잘 줍던 평복이 누나 영숙이 누나, 

    푸근하던 웃음과 눈매 떠오르고, 올갱이 줍던 그 희고 통통하던 종아리들 생각나고, 

    저녁상 물린 뒤 삶은 올갱이 옷핀으로 빼먹던 생각 나고 

    이빨로 올갱이 꽁지 뚝 땐 다음 단번에 쪽 빨아 먹던 형님들 생각나고 

    나도 따라 해보다가 이 아파 쩔쩔매던 생각도 나다가 

     

    올갱잇국 오고 

    그 쌉싸름한 맛에 마음 다시 아득해져 

    꼬지지한 염생이 수염 몇올과 퉁방울눈의 윤 아무개가 있어 

    막걸리라도 한잔 같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창밖으로 문득 눈이 가는데, 

     

    감들은 나무에 편안히 잘 달려 계시고 

    길 건너 자전거 안장 위에 초가을 햇살도 순하고 다복하시고 

    간간이 지나는 사람들이 

    신기하게도 다 조금씩 먼저 간 그를 닮았다는 것, 아아. 

    (그림 : 전운영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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